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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Mag] “성남FC를 좋아하세요?” : 잔류라는 ‘트로이메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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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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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Mag] “성남FC를 좋아하세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준영’과 바이올린 전공생‘송아’의 결말을 보고 성남FC가 떠올랐다. 음악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보고 갑자기 축구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누구는 6개월, 누구는 16부작 드라마였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는 기류 속에서 그 둘은 닮아있었다. 

축구와 음악은 비슷하다.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스포츠와 예술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구석이 많다. 축구 경기는 ‘90분’이라는 규정된 시간에 따라 진행되고 곡 연주는 정해진 시간 동안 펼쳐진다. 그 앞은 바라보는 사람들로 차 있다. 축구와 연주를 ‘play’ 하는 사람의 수는 다르지만, 선수와 연주자는 맡은 포지션과 악기에 따라 각자의 자리에서 ‘play’ 한다. 겉으로 보기에 결이 달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축구와 음악의 결은 같다.

성남FC(이하 성남)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최종순위 10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한 시즌 동안 치열하게 싸웠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정상에서 가장 밑을 향해 추락하기도 했다. 결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치열한 강등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특히 2주 전 기적적인 잔류의 현장에서 드라마와 성남은 닮아있음을 느꼈다. “잔류에 진심이라면 잔류라는 ‘트로이메라이’는 찾아온다고.”

축구 경기에 감독이 있다면, 음악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있다. 지휘자가 몸동작을 통해 음악적 표현을 지시한다면 축구 경기의 감독은 몸동작과 더불어 말을 통해 전술 사항을 지시한다. 즉, 지휘자의 지휘봉은 축구 감독의 말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즌 동안 김남일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전한 메시지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성남의 2020년을 음악 용어로 다시 재구성해 본다. 


트로이메라이 : 2020년을 앞둔 초보 감독의 ‘트로이메라이’

트로이메라이(Traumerei)는 독일의 작곡가 슈만이 1838년에 작곡한 피아노곡이다. 열세 개의 소품집인 <어린이의 정경> 가운데 제7곡으로 독일어로 꿈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상위 스플릿으로 진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쉽지는 않겠으나 불가능한 지점도 아닙니다. 성남은 수비적인 측면에서 강했습니다. 공격적 부분도 잘하도록 과감하고 용감한 플레이를 시도하겠습니다. 프로는 결과로 말을 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2019년 12월 26일 김남일 신임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을 했다. 김남일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으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감독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 감독이었다.

초보 감독의 ‘트로이메라이는’ 상위 스플릿 진출과 공격적 팀 컬러였다. 시즌 시작 전 김남일 감독은 상위 스플릿을 목표로 삼으며 공격 중심의 축구를 약속했다. 카리스마 이미지에 걸맞게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밝혔다.



돌체 : 달콤하고 부드러웠던 5월

돌체(dolce)는 이탈리아어로 ‘부드럽게, 아름답게, 달콤하게’를 뜻하는 말이다. 악곡의 첫머리나 도중에 적어서 ‘달콤하고 부드럽게’ 부를 것을 지시하는 나타냄표이다. 

김남일 감독의 성남에 5월은 ‘돌체’였다. 달콤하고 부드러웠던 시즌 개막이었다. 성남은 5월의 4경기에서 2승 2무를 거두며 무패를 달렸다. 개막전이었던 광주 원정에서 2-0 완승을 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뒤이은 두 경기에선 무승부를 거뒀지만 성과도 있었다. 19살 공격수 홍시후가 깜짝 등장해 성남의 공격을 이끌었다. 패배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의미 있었다.

“솔직히 얼떨떨합니다. 이렇게 빨리 첫 승을 할 줄 몰랐습니다. 코치진들이 좋은 분위기를 위해 힘쓰고 있고, 서로 간의 분업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더 노력 중입니다. 이런 부분이 큰 힘이 되어 승리에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미는 5월의 마지막 경기였던 서울 원정이었다. 시즌 시작 전 서울은 반드시 잡고 싶다던 김남일 감독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졌다. 토미의 극장 골로 난적 서울을 잡으며 5월을 무패로 마무리하며 리그 3위에 올랐다. 검은색 수트를 입고 경기를 지휘한 김남일 감독은 ‘남메오네’라는 별명도 생기며 이달의 감독상까지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인키에토 : 불안하고 불안정했던 ‘잔인한 6월’

인키에토(inquieto)는 스페인어로 ‘불안하게, 안정감 없이’를 뜻하는 말이다. 5월이 너무 달콤해서일까. 성남의 6월은 불안하고 불안정했다. 5경기에서 1무 4패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잔인한 6월’이었다.

6월의 첫 경기였던 대구전에서 상대의 속도와 높이에 고전하며 탄탄했던 성남의 수비진이 무너졌다. 이후 경기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주포로 기대했던 스트라이커 양동현이 하나의 PK골 득점만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다. 6월 5경기 득점이 단 2골에 불과할 정도로 성남의 득점력은 처참했다. 6월에 승리하지 못한 성남은 승점 1점만 추가하며 리그 9위로 내려앉았다.

“연패하다 보니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잔인한 6월입니다. 분명한 건 지금은 위기입니다. 나상호가 들어오면서 득점력 부족이 해소가 될 것입니다. 상호의 기술적인 부분, 많은 활동량을 통해 장점을 잘 살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성남이 앞으로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유일한 위안거리가 있었다. 바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나상호 임대영입이다. 성남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저조한 득점력을 개선하기 위해 나상호를 영입했다.





아첼레란도 : 빠르게 페이스를 되찾은 7월

아첼레란도(accelerando)는 이탈리아어로 ‘빠르게 하다, 점점 빠르게’를 뜻하는 말이다. 속도와 셈여림을 지시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속도의 변화를 지시하는 빠르기말이다.

7월 리그 첫 경기였던 포항과의 홈 경기에서 0-4로 대패하며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성남은 점점 빠르게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FA컵을 포함해 7월의 7경기에서 4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처참했던 6월의 성남과는 달라진 7월이었다. 반전의 시작은 전북 원정이었다. 리그 최강 전북을 상대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비겼지만 이긴 것과 다름없는 경기력이었다. 결국 다음 수원전에서 리그 7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다.

“사실 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위기가 올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초반 좋았던 분위기 이후 부진이 길어지긴 했지만, 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이 잘 뭉쳐줬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선수들이 힘을 모으면 더 좋은 내용,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희만의 색을 찾아가려고 많이 노력 중입니다. 이전에는 전술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대해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스스로 유연성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FA컵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대구와 수원을 차례로 꺾으며 성남은 6년 만에 FA컵 4강에 진출했다.


포코 아 포코 & 아 템포 : 조금씩 원래 속도로 내려앉은 8월과 9월

포코 아 포코(poco a poco)는 조금씩의 정도를 조금 강조하고 긴 시간을 들여서 조금씩 변화시킬 때 사용하는 부사이다. 아 템포(a tempo)는 이탈리아어로 ‘본래의 빠르기로’라는 뜻으로 악곡 도중에서 일시적으로 변화했던 속도를 본래의 템포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성남은 7월의 좋은 분위기를 8월로 이어가지는 못했다. “굉장히 기다렸던 순간”이라고 말한 김남일 감독의 첫 유관중 경기 기자회견에서의 첫 마디는 “죄송하다”였다. 홈 팬과의 첫 만남에서 패배한 성남은 다음 경기를 착실히 준비했다. 나상호가 멀티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한 성남은 인천 원정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부산과의 홈경기였다. 팬들 앞에서 첫 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막판 실점으로 수포가 됐다. 이 경기부터 성남이 꼬였다고 김남일 감독은 회상했다.

“홈에서 1대0으로 이기고 있다가 비겼던 8월 14일 부산전이 생각이 납니다. 올해 가장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그 경기에서 이겼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는데... 놓쳤던 게 아쉬움이 큽니다.” 

이후 성남은 울산-포항-전북-상주-대구를 연이어 만나는 지옥의 스케줄에 놓였다. 1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그래도 고무적인 부분은 전북을 상대로 홈 첫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어려운 상대였지만 성남은 전북을 압도하며 2-0 완승을 했다.

“감격스러운 날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갖진 투쟁심, 간절함, 정신력을 경기에서 유감없이 보여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홈경기를 하면서도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았고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첫 승으로 이제는 고개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이널A 진출이 걸려있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광주에 0-2로 패배했다. 패배한 성남은 파이널B에서 강등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니히 & 다 카포 : 잔류에 진심이어서, 처음으로 되돌아간 10월

이니히(innig)는 독일어로 ‘진심으로’라는 뜻이다. 다 카포(Da Capo)는 이 표가 적힌 곳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가라는 뜻이다. 곡의 맨 처음으로 가서 다시 연주하라는 뜻으로 피네(Fine)나 겹세로줄 위의 페르마타가 있는 곳에서 곡을 마친다. 

파이널B에서 성남은 살아남아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에서 연제운이 퇴장당하며 0-6 대패를 당했다. 다음 강원 원정에서는 김남일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성남은 잔류에 진심이었다. 반드시 시즌을 시작하던 처음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두 경기를 남겨놓은 상황, 성남은 수원 원정에서 2-1로 역전하며 승리를 거뒀다. 잔류를 위한 반전의 시작점이었다. 결국 성남은 마지막 경기에서 기적 같은 잔류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먼저 실점을 했지만 두 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누구보다 마음고생 심했던 김남일 감독은 감격스러운 잔류 확정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며 플레이했습니다. 제가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 가장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사실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사실 생각만큼 현실이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게 많은 경험이었습니다. 때로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고 비길 수 있는 경기를 졌던 적도 있는데 이런 점 하나하나 고치면서 올해 경험한 걸 내년에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꿔야 합니다.”

결국 성남은 마지막 강등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리그 10위로 2020년을 마무리했다. 기적적으로 잔류에 성공한 김남일 감독과 성남이 2021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해보자.


글 = Field Mag 김군찬 명예기자 
사진 = Field Mag 김찬호 명예기자, 성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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